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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적 도움

현행범인체포 요건으로서의 ‘체포의 필요성’과 그 판단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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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 안

 

(1) 피고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2019. 7. 8. 00:50경 안양시 만안구에 있는 OO식당 안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앉아있던 피해자에게 아무런 이유없이 욕설을 하고 그의 멱 살을 잡고 밀치고 잡아당기는 등으로 피해자를 폭행하였다.

 

(2) 안양만안경찰서 안양지구대 소속 경찰관 P1, P2, P3는 식당 종업원의 112신고에 따라 위 현장에 출동하였다. 경찰관들이 출동하였을 당시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시비를 걸고 있었다. 피해자는 출동 경찰 관들에게 위 식당에 밥을 먹으러 왔다가 전혀 알지 못하는 피고인으로부터 이른바 ‘묻지마 폭행’을 당하였다면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였고, 피고인은 그때에도 욕설을 하면서 손가락질을 하였다. 이에 경찰관들은 피고인과 피해자를 식당 바깥으로 나가게 하였고, 경찰관 P1은 피고인과 피해자로부터 신분증을 제시받아 피고인의 신분증상 주소지가 거제시로 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3) 경찰관 P2, P3는 식당 밖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를 분리하여 그들로부터 진술을 들었는데, 당시 피고인은 자신이 피해자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거나 피해자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려고 시도하다가 경찰관의 제지를 받기도 하였다.

 

(4) 경찰관 P1은 식당 안에서 CCTV 영상을 시청하여 위 (1)항의 폭행상황을 확인하고 경찰관 P3로부터 위 (3)항과 같은 식당 바깥의 상황을 전달받은 후 식당 밖으로 나와 그곳에 있던 피고인에게 피의사실의 요지 등을 고지하고 피고인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였다.

 

(5) 제1심은 피고인에 대한 현행범인체포가 적법하다고 보았으나 원심은 출동 경찰관들이 피고인에 대한 체포의 필요성에 대해 재량의 범위 내에서 요구되는 진지한 고려를 다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하여 피고인에 대한 현행범인체 포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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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판결요지

 

범죄를 실행하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2조).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기 위해서는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접착성, 범인·범죄의 명백성 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현행범인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해야 하고, 이에 수사 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체포 당시의 상황에서 보아 그 요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이 없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수사주체의 현행범인체포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경찰관들이 출동하였을 당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폭행 이후에도 계속하여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면서 시비를 거는 등으로 피고인의 폭행범행이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였다고 볼 수 있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늦은 밤에 식당에 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 일방적으로 폭행에 이른 범행경위에 비추어 볼 때 사안 자체가 경미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은 경찰관이 출동한 이후 CCTV 영상으로 확인되는 폭행상황과는 달리 자신의 범행은 부인하면서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 하였고, 피고인이 제시한 신분증의 주소지는 거제시로서 사건현장인 안양시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어서 위와 같은 폭행에 이르게 된 범 행경위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거소 확인이 필요 하다고 보이는 등으로 피고인에게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한 경찰관의 행위가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 해당하는 위법한 체포라고 볼 수 없다.

 

다. 평 석

 

현행범인체포의 요건으로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와 같은 체포의 필요성이 있어야 되는 지에 대해서는 긴급체포(형사소송법 제200조의 3)에서와 달리 명문규정이 없어서 학설상으로 논의된다. ① 적극설은 현행범인체포에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사안의 긴급성 때문이기에 긴급체포와 같이 체포의 필요성이 인정 되어야 한다는 견해이고, ② 소극설은 현행범 인체포는 긴급체포의 경우와 달리 체포의 필요 성이 있어야 한다는 명문규정이 없으므로 통상 체포와 같이 해석하여 체포의 필요성이 요구되지는 않는다는 견해이고, ③ 절충설은 현행범 인체포는 범죄혐의가 명백함에도 신원이 불분 명하고 도망의 염려가 있을 때 수사확보를 위해 혐의자의 행동자유를 일시적으로 박탈하는 제 도이기에 도망의 염려는 필요하고 증거인멸의 위험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견해이다.

판례는 현행범인체포에 있어서 체포의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고, 현행범인체포가 긴급체포와 같이 영장 주의의 예외로서 특별히 인정되고 있기에 그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므로 비록 명문규정은 없지만 체포영장 없이 체포하기 위해서는 도 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인 체포의 필요성이 있 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판례는 현행범인체 포의 요건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긴급체포에서와 같이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해야 하고, 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기에 그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 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지 않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는 판단기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데, 수사실무를 고려한 것으로 적절하다고 판단 된다

판례에 의하면 피고인이 경찰관의 불심검문을 받아 운전면허증을 교부한 후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여 모욕한 사건에서 피고인은 경찰관의 불심검문에 응해 이미 운전면허증을 교부한상 태이고, 경찰관뿐 아니라 인근 주민도 욕설을 직접 들었으므로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불심검문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우발적인 행위로서 사안 자체가 경미하다며 현행범인체포가 불법 이라고 본 사례가 있는 반면에 피고인이 같은 아파트 주민과 주차문제로 언쟁을 벌이던 중에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위 주민을 때리려는 피고인을 제지하자 피고인이 자신만 제지를 당한데 화가 나서 경찰관의 가슴을 1회 밀치고 욕설을 한 사건에서 112에 신고한 것은 피고인이 아닌 위 주민이고, 피고인이 현행범인으 로 체포되어 파출소에 도착한 이후에도 경찰관의 신분증 제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인적사 항을 밝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현행범인체포 당시 피고인에게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었다고 할 수 없고, 경찰관이 지하주차장 에 도착하였을 당시 피고인과 위 주민의 언쟁으 로 분위기가 험악한 상태였고 피고인이 손으로 경찰관의 가슴을 세게 밀치기 직전 욕을 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폭행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볼 수 없다며 현행범인체포가 적법하다고 본 사 례도 있다. 사안이 경미한 여부는 현행범인체 포의 요건에서 비례성의 원칙의 내용이기에 체 포의 필요성과는 별개의 독립된 요건이긴 하지 만 위 판례들은 사안이 경미한 여부도 실질적으 로 체포의 필요성을 고려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 판결에서는 피고인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하였다고 주장한 사실과 범행 시간과 장소가 00:50경 경기 안양시인데도 피고인의 신분증 주소지가 경남 거제시로 되어 있어서 추가적인 거소 확인이 필 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피고인에게 도망 또는 증 거인멸의 염려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면서도 경찰관들 앞에서 계속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면서 손 가락질을 하였고, 자신의 신분증을 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미 피해자의 진술과 CCTV 영상 등을 통해 충분히 증거가 확보된 상태였고, 경찰관들의 제지에도 피해자가 있는 곳으로 이동 하려고 하였을 뿐이지 실제 도망을 가려는 움직임은 전혀 없었으며 경찰관들은 피고인에게 경 찰서로 임의동행을 요구한 바도 없었던 점을 보면 과연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었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

판례가 현행범인체포에 있어서 체포의 필요 성을 요구한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었다고 할 수 없을 정도’ 로 아주 조금이라도 인정되면 체포의 필요성이 충족된다고 보는 것은 체포의 필요성을 요건으 로 하지 않는 경우와 사실상 차이가 없게 되고, 체포 당시에 경찰관에게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인멸을 할 염려가 있다는 인식이 과연 있었 는지에 대해서도 판단하기 어렵다. 현행범인체포가 체포에 있어서의 영장주의 원칙의 예외로 인정되는 것이고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체포단계에서도 당연히 구현해야 하므로 체포의 필요성 요건을 보다 엄격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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